from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는 첫 페이지부터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그렸을 때, 어른들은 모자라고 했다. 어른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본다. 숫자, 크기, 가격.
"이 집은 얼마짜리야?"라고 묻는 사람은 장미 넝쿨이 창문을 감싸고 있다는 걸 모른다. 이건 동화적 과장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이다. 효율, 성과, 수치로 세상을 재단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한다.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거야. 너는 아직 나에게 수만 명의 다른 소년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될 거야."
관계는 시간의 투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기다리는 것. 그 반복이 한 존재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건 효율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관계에 투자한 시간은 생산성으로 측정할 수 없으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문장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깊이를 잃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이건 인식론적 선언이다. 우리가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세계의 표면이고, 정말 중요한 것 — 사랑, 우정, 의미 — 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과학의 한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보이는 것에만 반응하는 삶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려 노력하는 삶은 질이 다르다.
어린 왕자의 장미는 세상에 수천 송이 장미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바람막이를 세워준 건 그 장미뿐이다. 대체 불가능성은 객관적 특성이 아니라 관계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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